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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변화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2-10-27 11:52
조회
17
[질문] 앞에서 말씀하신 견성이 진정한 견성이라면 그는 바로 성인입니다. 그는 마땅히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보통 사람과는 다른 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수도인들은 어째서 한 사람도 신통변화를 부리지 못합니까?

[대답] 그대는 함부로 미친 소리를 하지 말라. 삿되고 바른 것을 가릴 줄 모르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요즘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입으로는 곧잘 진리를 말하면서 마음은 게을러 빠져 도리어 분수 밖의 잘못을 범하고 있으니, 다 그대가 의심하는 데에 떨어진 것이다. 도를 배우면서 앞뒤를 알지 못하고, 진리를 말하면서 근본과 지말을 가리지 못하면, 그것은 삿된 소견이지 진실한 공부라고 할 수 없다. 자기 자신만 그르칠 뿐만 아니라 남까지 그르치게 하는 것이니 어찌 삼가지 않을 것인가.

대체로 도에 들어가는 데는 그 문이 많으니 요약하면 돈오(頓悟)와 점수(漸修) 두 문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돈오돈수(頓修)가 가장 으뜸가는 근기의 길이라 하지만 과거를 미루어 보면 이미 여러 생을 두고 깨달음에 의지해 닦아 차츰 익혀 왔으므로, 금생에 이르러 일시에 단박 마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도 이것도 먼저 깨닫고 나서 닦는 근기이다. 그러므로 돈오와 점수의 두 문은 모든 성인이 의지할 길이다.

예전부터 모든 성인들은 먼저 깨달은 뒤에 닦았으며, 이 닦음에 의해 증득했다. 그러니 이른바 신통 변화는 깨달음에 의해 닦아서 차츰 익혀야 나타나는 것이지, 깨달을 때 곧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경에 말씀하기를 ‘이치는 단박 깨닫는 것이므로 깨달음을 따라 번뇌를 녹일 수 있지만, 현상은 단번에 제거될 수 없으므로 차례를 따라 없애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규봉(圭峰)스님도 먼저 깨닫고 나서 닦는 뜻을 상세히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 ‘얼어붙은 못이 모두 물인 줄은 알지만 햇빛을 받아야 녹고, 범부가 곧 부처인 줄을 깨달았지만 법력으로써 익히고 닦아야 한다. 얼음이 녹아서 물이 흘러야 대고 씻을 수 있고, 망상이 다해야만 마음이 신령하게 통하여 신통 광명의 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므로 신통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점점 익혀감으로써 나타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신통이란 깨달은 사람의 경지에서는 오히려 요망하고 괴이한 짓이며, 성인에게 있어서도 하찮은 일이다.

혹시 나타낼지라도 요긴하게 쓸 것이 못되는데, 요즘 어리석은 무리들은 망령되이 말하기를 ‘한 생각 깨달을 때 한량없는 묘용(妙用)과 신통변화를 나타낸다’고 하니, 이와 같은 생각은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고 근본과 지말을 알지 못한 탓이다. 앞과 뒤, 근본과 지말을 모르고 불도를 구한다면, 모가 난 나무를 가지고 둥근 구멍에 맞추려는 것과 같으니 어찌 큰 잘못이 아니겠는가. 일찍이 방편을 모르기 때문에 절벽을 대하 듯 미리 겁을 먹고 스스로 물러나 부처의 씨앗을 말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신이 밝지 못하기 때문에 남의 깨달음도 믿지 않으며 신통이 없는 이를 보고 업신여긴다. 이는 성현을 속이는 것이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 수심결 修心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