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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록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2-08-24 11:20
조회
6
상근기 중생이라면 홀연히 선지식의 가르침을 만나 말끝에 깨닫고 다시는 계급과 지위를 거치지 않고서 본성本姓을 단박에 깨닫는다. 그러므로 경에서 '범부에게서는 엎치락뒤치락하는 마음이 있지만 성문에게는 그것이 없다' 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미혹에 상대하여 깨달음을 설명하였지만, 본래 미혹이 없으므로 깨달음도 성립되지 않는다.

일체 중생들은 무량겁 이래로 법성의 삼매法性三昧를 벗어나지 않고 영원히 그 가운데 있다. 그러므로 옷 입고 밥 먹으며, 말하고 대꾸하는 6근六根의 작용과 모든 행위가 모조리 법성이다. 그러나 근원으로 돌아갈 줄 모르고 이름과 모양名相을 좇으므로 미혹한 생각이 허망하게 일어나 갖가지 업業을 지으니, 가령 한 생각 돌이켜본다면 그대로가 성인의 마음이다.

​각자 자기 마음을 깨치면 될뿐 내 말을 기억하지 말라. 설사 항하사만큼 도리를 잘 설명한다 해도 그 마음은 늘지 않으며, 설명하지 못한다 해도 그 마음은 줄지 않는다. 또한 설명을 해도 그대들의 마음이며, 설명하지 못해도 그대들의 마음이다. 또 몸을 나누고 빛을 놓으며, 18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낸다 해도 나에게 불꺼진 재를 갖다 주느니만 못하다.

​장마비가 지난 뒤 꺼진 재에 불기가 없는 것은 성문이 허망하게 인을 닦아 과를 얻음에 비유할 만하며, 장마비가 아직 지나지 않아 꺼진 재에 불기운이 있는 것은 보살의 도업道業이 순수하게 익어 모든 악에 물들지 않음에 비유할 만하다. 만일 여래의 방편인 삼장三藏의 가르침을 말하자면, 쇠사슬같이 끊김이 없어 영원토록 설명해도 다하지 못하겠지만, 부처님의 마음을 깨닫는다면 아무 일도 없게 된다. 오랫동안 서 있었으니 이만 몸 조심하라."